편지에 대하여

쓸데없는 문구류를 찾아서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을 하는 습관. 한결같이 감싸고, 숨기고, 덮고, 묻고, 글을 쓰는 녀석들을 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습관이라고 했으니 그때는 습관이자 집착이었고, 썩어가는 사랑을 표현하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내가 무슨 말을하는지조차 모를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쓰여졌습니다.

싸늘하게 사랑을 표현했고 사랑의 귀환에 뿌듯함을 느끼며 숨을 헐떡였다.

그리운 것들을 다 적어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행사였음이 분명한데 왜 이리 공허하고 쓸데없이 내게 닿을까? 지금은 다시 하기로 마음먹어도 편지를 절대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늘 곁에 있던 문구류는 이제 서랍 깊숙이 숨겨두고 거친 사랑의 말도 함부로 뱉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쉬운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폭신폭신한 사랑을 바탕으로 자란 내가 얼마나. 가벼운가요? 지금 내가 느끼는 위험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내가 만지는 모든 것은 가볍다.

사랑, 시간, 기념일, 축복하고 축하할 모든 장소. 여린 마음은 똑같은 애매한 축축함만 남기고 일기장에 기대어 과거를 핥으며 사랑하기엔 좀처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라고 쓰고 나서 이렇게 많이 변했냐고 반문했다.

피상적인 사람. 정말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다른 단어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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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후 나는 짐을 뒤져 남아 있는 편지를 찾고 싶었습니다.

개똥.